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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가평 용추골 ~

바람처럼 어디로 갈거나 2006. 12. 24. 18:58
용추골 [경기 가평]



경기 가평] 경기도 마지막 오지 `용추골 기행`


용추골의 아침은 수탉의 울음소리로 시작됐다. 이 골짜기의 마지막 민가, 칼봉산쉼터의 주인 이종흥씨가 키우고 있는 토종닭 몇마리의 포효(?)에 계곡 사이로 푸르스름하게 또아리를 틀고 있던 미명이 비실비실 물러난다.


이씨집을 떠난지 5분만에 만난 협곡 귀유연. 수심 3m가 넘는 이 소(沼)는 용추골 비경의 전주곡이다. 골골이 틀어박혀 살던 화전민들은 20년전 모두 떠나고 그들이 닦아놓은 길은 이끼에 덮이고 잡초가 우거졌다. 경기도 제일의 오지계곡이라는 용추골은 곳곳에 구라우골, 얼음소, 청풍협 등 외우기도 어려운 이름들이 붙어있지만 구비를 돌때마다 펼쳐지는 비경 앞에서 그런 이름들은 의미를 잃는다.화전민의 흔적은 내곡분교터에서 가장 적나라하다.교문이 서있었을 자리엔 담쟁이 덩굴이 뒤덮인 콘크리트 기둥이 무너져가고, 고구마같은 아이들이 구구단을 외웠을 교실은 벽체만 남았다. 교사 외벽에 페인트로 굵게 쓰여진 글귀 `유신체제 수호하자'가 생경하다. 계곡 건너기를 대여섯번 했을까? 너럭바위 사이로 흐르는 물이 갇혀 만들어진 사방 10m크기의 얼음소가 나타났다.물안경을 쓰고 들어가보니 이 곳에 산다던 갈겨니나 산메기는 놀라 도망가고 송사리떼만 이리저리 흩어진다. 지팡이를 마련해 길을 버리고 아예 계곡을 따라 걷는 것도 멋지다. 깊게는 허리까지 빠지는 물속을 첨벙이다보면 무더위 따위는 먼나라의 일

도토지부터 길이 계곡과 멀어진다. 계곡을 곧장 오르면 매봉 북쪽 능선. 그러나 화전민들의 흔적을 놓치기 싫어 계곡 오른쪽 길로 올라섰다. 이씨집을 떠난지 4시간여만에 꽤 잘 닦인 임도와 만나는 삼거리에 닿았다. 가평의 특산물 잣나무를 관리하기 위해 닦은 이 길은 제법 넓고 평탄해 산악자전거코스로는 제격일 듯하다. 임도의 오른쪽으로 가면 백둔으로 내려서게되고 왼쪽은 전패고개를 거쳐 우정고개까지 이어진다.여기서 매봉을 거쳐 칼봉으로 능선을 에워돌려면 4시간은 잡아야하므로 다시 오던 길을 되짚어 내려가는 것이 하루 산행으로는 알맞을 듯하다. 용추골의 풍경. 어지간히 가물어도 물이 마르는 법이 없는 깊은 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