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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정선 아우라지 ~

바람처럼 어디로 갈거나 2006. 12. 24. 17:48
정선 아우라지





어름치의 마지막 피난처 정선 아우라지




                                               이완옥<국립수산진흥원 청평내수면연구소·이학박사>




   우리 강의 물고기 이야기를 하다보면 답답할 때가 한 두 번이 아니다. 우선 오염된 물과 남획, 외래종의 위협을 너무 많이 이야기하게 되고, 이러한 위협들로 우리의 물고기들이 내일이라도 당장 멸종해 버릴 것 같은

불안감을 심어주기 쉽기 때문이다.물고기 생태를 20년이 넘도록 연구해오면서 우리 물고기의 생존문제를 걱정하는 필자는 물고기가 갈수록 힘들게 살아가고 있으며, 서식처 또한 심각하게 악화되고 있는 현실을 안타깝게 생각하고 있다. 그러나 한강의 상류, 가장 한강다운 아우라지강을 재발견하고 기쁜 마음으로 가슴 벅찬 희망을 갖게 됐다.이것은 우리가 늘 암울한 불안 속에서 살다가 느끼는 실낱같은 희망의 불빛으로, 기대감으로 보아도 좋을 것이다.이곳은 얼마 전 우리의 아름다운 산하(山河)를 모두 문화재로 설명했던 유홍준 교수가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2편의 표지로 보여주기도 했고, 채집여행에 가장 으뜸으로 꼽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아우라지강은 남한강 지류 중에서 가장 깊은 발왕산 골짜기를 발원지(發源地)로 구절리를 돌아 나오는

송천(松川, 구절천)과 태백산에서 발원하여 임계면을 지나는 골지천(骨只川, 임계천)이 정선 여량에서 만나

어우러진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인데 조양강으로 부르기도 한다. 여기서부터 정선까지는 조양강이고 그 아래, 영월로 이어지는 강을 동강이라고 하는데, 단순한 강의 모습이라기보다 차라리 한 폭의 그림이라는 표현이 더 어울리는 곳이다. 사실 이곳은 동강댐 때문에 유명해진 곳이지만 사람들은 영월에서 동강만 보고 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동강 역시 비경임에 틀림없다. 어라연이 있고, 서강 줄기인 주천강과 평창강이 있으며, 옥동천도 있다.

   그런데 요즘은 너무 많은 사람들이 찾아서 동강도 갈수록 본래의 모습을 잃어가고 있다. 필자는 동강보다

상류여서 물고기들의 사는 모습이 자연스럽고,그러나 훨씬 험하고 찾는 사람이 적은 아우라지강을 더욱 좋아한다. 아우라지강 아래로 조금 내려오면 강원도 평창군 진부에서 발원하여 오대산을 휘감는 오대천, 화암약수로 유명한 동대천이 정선읍으로 흘러드는 곳이다. 아마도 우리 나라에서 마지막 남은 우리물고기의 피난처로서, 한강에만 살고있는 고유종들의 종 보존지역으로 남아있을 것이다. 필자는 물고기 중에서 천연기념물이면서 유일한 우리 나라 고유종인 어름치를 멸종에서 구하고, 이미 멸종해버린 금강에 어름치를 복원하기 위해 1997년부터 영월에서 조사를 시작했다.

   그런데 영월은 동강댐이 언론에 자주 등장하면서 이미 너무 많은 인파에 시달려 이제는 어름치의 생태조사를 할 수 없게 변해 버렸다. 할 수없이 더 상류인 정선을 찾게되어 1998년부터 어름치의 생태조사 장소를 이곳으로 옮겼다. 전화위복이라고 했던가. 이곳에서 생태조사를 하던 중 산란기인 5월 하순에 수백 개의 어름치 산란탑을 관찰할 수 있어서 생태조사도 무사히 마칠 수 있었다. 그리고 지난 해에는 어름치 새끼를 3천 마리 이상 키우는 성과를 얻을도 있었다. 사실 이곳에서는 어름치 등 우리의 고유종들과 보호종들이 너무나 많아 왜 보호해야하는가를 설명하기가 어려울 정도다. 채집 도구로 잡는 모든 물고기가 보호종이거나 고유종이다. 얼마나 많은지 이곳에서 일년동안 조사한 결과 총 27종의 물고기를 잡은 중에 천연기념물인 어름치와 열목어 두 종과 쉬리, 꺽지, 배가사리, 참종개, 가는돌고기, 새코미꾸리, 묵납자루, 눈동자개, 퉁가리, 줄납자루, 돌상어,금강모치, 열목어, 미유기, 참중고기 등 고유종 16종이 살고 있었다.

   환경부에서 보호야생동식물로 지정한 고유종으로,  이번 조사에서는 잡히지 않았으나 모래나 뻘 속에 살다가 어미가 되면 계류에서 산란하는 다묵장어도 사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어서 한강에 사는 고유종 대부분이 모여 산다고 해도 틀리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도 우리는 이러한 고유종 보호를 위해 무엇을 했는지 자문해 본다.이렇게 많은 고유종과 보호종들이 사는 이곳 하류에 댐을 막으려 했고, 또한 최근 이곳 지방자치단체들은 이런 귀중한 고유종을 보호하는데 노력하는 것이 아니고 '쉬리축제''퉁가리축제'라는 희한한 축제를 실시하고 있다. 이들 자치단체들은 우리 고유의 물고기를 보호하여 생태자원으로 가꾸고, 수려한 자연경관과 연계하여 자랑하는 관광자원화라는 좋은 방법을 택하는 것이 아니라, 얼마나 많은 쉬리와 퉁가리를 잡아서 먹을거리로 이용할 것인가 하는 참으로 희한한 일들을 벌이고 있다. 지방자치단체 수익을 위해 역사이래 우리 산하의 주인이었던 우리의 고유 물고기를 멸종으로 몰아넣고 있는 것이다. '퉁가리 축제'를 2∼3년밖에 하지 않았지만, 벌써 이 지역 주변에 그 흔하던 퉁가리가 모두 잡혀 먹히고 희귀종이 되어 축제를 계속하기 위해 중국에서 유사종을 수입했다는 소문이 돌 정도이다.

   나는 올해에도 하얀 추성(산란기에만 보이는 독특한 외모)과 검은 혼인색(婚姻色)으로 잘 차려입고 암컷이나타나기만 기다리는 수컷 어름치를 보고싶다. 비가 많이 오면 강의 가장자리에 비가 적으면 강의 중앙에

어린 새끼의 적당한 생활 보금자리를 만드는 어름치의 산란탑을 만나고 싶다. 장마나 가뭄을 예상해서 산란탑 쌓을 자리를 따로 마련한다고 해서 영물로 취급하는 어름치 암컷의 본능적인 산란행동을 다시 보고 싶고영원히 보고싶다. 아직도 보호할 천연동식물이 무궁한 한강 상류의 아우리지강을 보호하고 거기서 평화롭게 살아가는 물고기를 보호하는 것이 정선아리랑 가락을 자랑하는 것 못지 않게 아름답고 중요하다는 생각을해본다. 보호동식물을 우리 세대의 경제적 가치로 이용하려드는 세태와 무책임한 개발의지는 무모하고도 부도덕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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